'친구 없는' 어른에 대한 단상

2026.10.5 · 오전 11:26

‘친구가 없다’는 어른의 고백 아닌 고백을 온라인에서 종종 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어, 나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이어서,
없는 게 문제인 건가, 생각해봤다.

결론은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어른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생각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닐 때 우리는
같은 나이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묶여
매일 비슷한 시간표를 살아간다.

그 안에서 동질감과 친밀감이 생기고,
근처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다니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비밀을 만들고,
그 사람을 ‘친구’라고 부른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우정에는
개인의 사교성만큼이나
환경의 힘이 컸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 환경이 사라진다.

학교처럼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도 없고,
삶의 시간표도 제각각이 된다.

누군가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누군가는 가족을 꾸리고,
누군가는 다른 도시로 떠나고,
관심사와 생활 수준과 삶의 목표도 점점 달라진다.

그리고 성인의 관계에는
어린 시절에는 희미했던 것들이 끼어든다.

직업, 수입, 사회적 위치,
이해관계와 경쟁,
시간과 비용,
서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물론 모든 관계가 그런 기준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계가 더 이상
‘그냥 좋아서 매일 붙어 다니는 사이’로 존재하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다.

어쩌면 그래서
어른이 된 뒤의 관계는 조금 다르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취미를 함께하는 사람이 있고,
몇 달에 한 번 만나도 어제 본 듯 편한 사람이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만 문득 연락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는 한 사람 안에 들어 있던 ‘친구’의 역할이
어른이 된 뒤에는 여러 사람에게 나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어린 시절에 배운 친구의 모습을 기준으로
현재의 관계를 재단한다.

자주 만나야 하고,
많은 것을 공유해야 하고,
내 편이어야 하고,
오래 알고 지내야 하고,
서로의 삶을 속속들이 알아야
비로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으로 보면
어른에게 친구가 없다는 말은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

관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계의 형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친구가 없다’는 말을
굳이 한 사람의 결함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많은 사람도 있고,
한두 명과 깊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다.

그 어느 쪽도
그 자체로 잘못된 삶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건
친구의 유무가 아니라,
왜 어른에게도 친구가 있어야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끼는가 하는 쪽일지도 모른다.

친구가 없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관계 기준을
어른의 삶에까지 그대로 들이대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