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미 알고 있었구나

2026.10.12 · 오후 05:07

과학고 전교 1등에 뭐든 잘하는,
말 그대로 ‘만렙’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에 간 뒤 싸이월드에 매일매일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했고, 어디에 갔는지를
빽빽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천재의 기이한 행태라고 생각하며 피식 넘겼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된 지금,
문득 그 친구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집에 앉아 책을 정말 많이 읽었고,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사람은 죽는다는 것, 인생은 유한하고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때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당시에도 놀라웠지만,
중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삶과 죽음을 실감하게 된 나로서는
새삼 다시 놀랍다.

나는 요즘에서야
내가 매일 무엇을 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조금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 자잘한 기록들이
내 삶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해주고
때론 크고 작은 이정표가 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