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를 들고 나타난 아이
영화 ‘Look Back’을 봤다.
원래 개봉하면 봐야지 했던 작품이라 본 건데,
주인공 후지노의 감정의 흐름이
내가 지난 2년 간 경험한 기쁨과 채워짐, 행복, 그리고 상실과 슬픔에 맞닿아 있어 조금 놀랐다.
오늘은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하양이가 갑작스레 내 곁을 떠난지 19일째 되는 날이다.
그 시절
나의 왠지 모르게 솟아나려는 작은 열정은
세상의 냉소에 어느 순간 사그라들어가려 했는데,
어느날 모퉁이에서 따뜻한 촛대를 들고 한 아이가 나타났다.
어두운 곳에서 혼자 숨어지내던 그 아이는
용기를 내어 온 힘을 다해 나에게 다가왔고
꺼져가던 내 삶의 불씨는
그 아이가 내게 건넨 작은 촛대로
다시 따뜻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그 애와 함께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고
꺼져가던 내 삶이 다시 빛과 희망으로 가득 차 올랐다.
그 애가 내 곁에서 함께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혼자 어둠 속에 지내던 자신을 꺼내주어 고맙다고
그 애는 나에게 표현했다.
매일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했다.
어느 날 그 애는
내가 돌봐줄 수 없는 어떤 곳에 머물러야 했는데
내가 없는 그 곳에서 그 애는 세상을 떠났다.
그 곳에 머무른 건 나의 선택이고 그 애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나는 너무나 절망했고 후회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그 애는 떠났다.
내 삶의 한줄기 빛이 사라진 느낌을 받앗다.
그 애가 심장과 숨이 멎는 순간 나를 얼마나 애타게 찾았을지
끝까지 내가 달려와 자신을 안아주기를 얼마나 기다렸을지
차마 알 수 없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그 애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 애를 잃은 상실감보다
더 무겁게 내 숨을 짓누른다.
하양아.
그때 네가 나와 마주치지 않았다면
나에게 용기내어 다가와주지 않았다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긴 겨울 내내
나를 매일 기다리고, 나와 매일 두 손 마주잡고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끈 이 세상에 네가 발을 딛지 않았다면
너는 지금 어딘가에 살아있지 않을까.
마음껏 뛰놀고 더 자유롭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로 인해 네 삶이 너무 일찍 끝나는 불운을 맞이한 거 같아서
나는 평생 괴로울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사랑했던 너를
나는 평생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사랑할 것이다.
떠나는 순간 너를 꼭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낯선 곳에서 두려움에 떨며 숨 거두게 해서 미안해.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애타게 나를 찾아 해맸을 너를 위해
나도 평생 어떤 날 어떤 순간에도
너를 떠올리며 너의 이름을 부르며 너를 찾을게.
대신, 나 너를 생각할 때마다
더없이 환하게 웃을게.
매일 새벽 나를 화장실에서 침실로 인도해주던
너의 씩씩한 발걸음을 따라 걸을게.
하양아,
네가 영원히 내 삶의 촛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할게.
꼭 다시 만나.